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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 <라따뚜이>

by TNT007 2014. 3. 26.

“이 맛이 아니야. 옛날에 엄마가 해주던 그 맛.”

음식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최고로 까다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엄마가 해주던 맛을 타인이 어떻게 재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라따뚜이>의 레미는 가능했다.

음식평론가 이고의 ‘엄마가 해주던 그 맛’을 재현해 낸 것.

어쩌면 음식평론가 이고의 엄마는 레미에 버금가는 최고의 요리사였는지도 모른다. 

 

 

라따뚜이는 프랑스 가정식 요리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라 할 수 있다.

열 명이 만들면 열 가지 맛이 나는 요리로, 집집마다 엄마의 레시피가 존재한다.

까다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고를 눈물짓게 한 라따뚜이의 맛이 궁금해졌다.

가정식 요리를 자부하는 홍대의 모 음식점에서 생애 처음으로 라따뚜이를 먹게 되었다.

그러나 웬걸, 비주얼도 용기 위에 차곡차곡 올려진 라따뚜이와는 거리가 있었다.

깍뚝 썰기한 각종 야채에 토마토 소스를 넣고 푹푹 끓인 스튜 같다고나 할까?

실망스러운 것은 바로 그 맛이었다.

각종 허브와 오일이 토마토 소스와 엉겨붙어(?) 특색없는 맛을 내고 있었다.

하긴 저 주방에 레미가 있지 않은 이상 환상적인 맛은 기대 않는 게 당연하지.

후각 다음으로 오래 기억된다는 미각.

어찌 보면 맛이라는 것도 추억이라는 MSG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다.




 

 

오래전 충무로의 한 음식점에서 코다리찜을 먹던 나는 라따뚜이를 맛 본 이고가 되었다.

바람에 적당히 말려 쫄깃함이 살아있는 명태 코다리에

적당한 물엿과 간장을 넣어 뚝딱 상 위에 올라왔던 엄마표 코다리찜.

딱 그 맛이었다.

순간, 멀리 있는 엄마가 한 없이 그리워지면서 엄마의 투박한 손이 생각나는 것이 아닌가.

문득 내게도 레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추억의 MSG로 무장한 엄마였다.

 

*웹진<랄라고고-6월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