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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들

드라마<운명처럼 널 사랑해>, 주성치와 버스터 키튼의 조합

by TNT007 2014. 8. 20.

어느날 갑자기 한 드라마가 가슴속에 들어왔다.

코믹하고 유치하고 뻔한 듯하지만 이렇게 귀엽고 발랄할수가!!!

특히, 장혁이 연기하는 이건 캐릭터와 뭔가 나사가 빠진 듯한 탁실장.

두 캐릭터는 기존의 수없이 많이 드라마에 등장했던 재벌과 비서의 캐릭터를 변주하며 

많은 즐거움을 주고 그만큼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하다.


 

나 건이야.”를 연발하는 샴푸 회사 사장인 이건. 그는 살짝 팀 버튼 감독 머리에 말쑥한 정장차림.

되지도 않는 액션을 하느라 수족이 고생이다

그의 코믹 시츄에이션의 절정은 김미영이 이건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아이를 낙태하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갈 때 발휘되었다

그는 장애물을 만들며 그녀에게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데

사람을 밀치고 침대를 뛰어 넘다 걸리고 구르다 걸리고 제대로 뛰질 못한다.

그러면서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만들고 웃음을 선사한다.

 


어디서 많이 본 이건의 멋지지 않고 오히려 웃음만 유발하는 액션

그러고 보니 그의 헤어스타일도 낯이 익다. 옳거니

나는 이건과 주성치가 오버랩되면서 이렇게 절묘하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조합해 낸

작가 혹은 연출자 혹은 장혁의 재치에 감탄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음이 바른 사람으로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선한 마음은 바로 알아보는 로맨티스트. 사랑하는 여자인 세라에 대해 설명할 때, 그가 읊조리는 말들은 금세 여자 시청자들의 마음에 핑크빛 수를 놓는다.

 

이건이 연기하는 재벌은 여자의 외모보다 마음을 보고, 사랑도 중요하지만 사람(남자)으로서의 책임감도 저버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집안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일에 의욕적이다. 여타의 재벌들이 놀고 먹으며 일은 등안시 하고 사랑놀음에나 젖어있었다면 이건은 할 건 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에 열심이고 집안 사람들의 말에 반항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이건 캐릭터가 무척이나 재밌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탁실장이다. <왕가네 식구들>의 별볼일 없는 삼촌을 연기했던 탁실장은 165센치미터 버스터 키튼의 몸짓과 슬랩스틱에 빙의된 듯 보였다. 바보 같고 어수룩하지만 페이소스가 묻어난다고 할까. 저런 배우가 있었던가 싶었다. 그가 이번 <운널사>의 탁실장으로 분하면서 좀 더 호감있는 버스터 키튼을 연기한다. 그가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연기는 뭔가 희극적이고 몸짓이나 표정이 기존의 비서들을 잊게 만든다. 비서이긴 하지만 개성이 있고, 사장에게 맹목적이지 않은 <월레스와 그로밋>의 독스트에프스키를 읽는 그로밋 같다고나 할까.

 

이제 6회를 남겨두고 있는 이 귀여운 캐릭터들이 넘실대는 드라마가 

마지막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스토리로 마무리되길 기대해본다.